본문 바로가기
BOOK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by 초이조무 2021. 10. 13.
728x90


인간이 어찌하여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열심히 상상력을 발휘해 이미 지나가 버린 불행한 추억을 돌이켜보는 대신, 지금 있는 그대로의 현재를 무심히 살아간다면 사람들의 괴로움도 좀더 줄어들 수 있을 텐데

이런 하찮은 사건에도 알 수 있듯이 세상에 여러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책략이나 악의보다는, 오히려 오해나 태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네.

마치 천국과 같은 이 고장에 있으면 고독은 오히려 내 마음을 진정시켜 주지. 청춘의 이 계절 또한 넘칠 정도로 넉넉함을 가지고 자칫 얼어붙을 것 같은 내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다네.

마을에서 아가씨들이 찾아와 물을 길어 가곤 하는데, 그것은 아주 순진하며 또한 가장 소중한 일로서 예전에는 공주님들도 손수 한 일이라 하지 않는가. 샘을 둘러싸고 은혜로운 정령들이 떠도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네.
이를 느낄 수 없는 사람은, 무더운 여름날의 나그네길에 시원한 샘물로 기운을 차려본 적이 한 번도 앖는 사람뿐일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살아가기 위해서 써버리고 마네. 그들에게 얼마쯤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오히려 부담스러워 그것을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쓰게 되지. 아아, 이 기묘한 인간의 운명이여!

오해를 받는다는 것은 우리들 인간의 운명일테지.

어른들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땅을 비틀비틀 걸어다니며,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건지도 모르는 것이 아니겠나?

인간은 누구나 모두 이 세상의 빛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쬐고 싶은 법이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 분명히 그런 사람은 조용히 자신의 내면 속에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갈거야. 또한 그 역시 하나의 인간이기 때문에 행복한 거겠지. 아무리 많은 제약을 받고 있어도 마음 속으로는 언제나 감미로운 자유의 감정을 지니고 있는 법이네. 원한다면 언제든지 이 세상의 감옥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자유의 감정 말일세.

우리는 창가로 걸어갔네. 멀리서 우레소리가 들리고, 억수 같은 비가 대지에 소리를 내며 쏟아지고 있었지. 그리고 상쾌한 향기가 사방의 따뜻한 대기 속에서 피어오르고 있었어.
나는 내게 쏟아 부은 그녀의 감정의 물결 속에 빠져버렸다네.
그때부터 내게는 해와 달과 별의 의미도 없어졌으며, 낮과 밤도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네. 온 세계가 내게서 사라져버린 거지.

나는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았네. 자기를 확대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며, 또 멀리 해매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 대해서 생각했네. 한편으로는 자신을 억제하고, 한눈 팔지 않은 채 그저 습관의 궤도를 달리려는 내적인 충동에 대해서도 생각했네.

인간이 서로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을거야. 특히 젊은이들이 인생의 꽃다운 시절에, 모든 기쁨울 끝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인생의 개화기에, 서로 얼굴을 찡그리며 즐거운 날들을 망쳐 놓고 나서야 청춘의 나날을 헛되이 낭비한 것을 깨닫는 것은 너무 어리석고 안타까운 일 아닌가?

불쾌감이란 게으름과 같다고 할 수 있죠. 그것은 일종의 나태니까 말입니다. 우리는 보통 그쪽으로 기울기 쉽지만, 그러나 일단 분연히 일어설 힘을 가지고만 있다면 일도 시원스럽게 진척될 것이고, 일을 한다는 것이 진짜 즐거워질 겁니다.


728x90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방인. 까뮈  (0) 2021.12.18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0) 2021.11.28
참을 수 없은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테라  (0) 2021.10.08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0) 2021.09.23
결혼 여름 . 까뮈  (0) 2021.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