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세 번은 읽어야겠는 걸
귀를 세워 들어보면 멀리서 사람들이 내게로 달려오고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들이 나를 불러 옛날과 다름 없는 나의 기쁨이 커져간다. 또다시 어떤 다행스러운 수수께끼 덕분에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세상의 부조리가 어디 있는가
이 눈부신 햇빛인가 아니면 햇빛이 없던 때의 추억인가? 기억 속에 이렇게도 많은 햇빛을 담고서 내가 어떻게 무의미에다 걸고 내기를 할 수 있었던가
이따금씩은 자기방어도 해야한다. 나는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에다가 이름을 붙여보았다가 앞서 한 말을 취소도 하고 했던 말을 되풀이하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가다가 물러서곤 한다. 그런데도 남들은 나보고 결정적인 이름들을, 아니 단 하나의 이름을 대라고 오금을 박는다. 그러면 나는 불끈하여 대든다. 이름붙여진 것은 이미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나는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비틀거리고 실수를 해서 성공을 놓친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때의 나는 혼자인 것을. 물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어느 갑작스러운 사랑, 어느 위대한 작품, 결정적인 행위, 변모를 가져다주는 사상은 어떤 순간 억누를 수 없는 매혹에 겹쳐 바로 그런 견딜 수 없는 불안을 갖다 준다. 존재의 감미로운 고뇌, 그 이름을 알지 못할 위험이 가까이에 와 있다는 절묘한 느낌, 그렇다면 산다는 것은 스스로의 파멸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인가? 다시끔, 끊임없이 우리의 파멸을 향해 달려가자.
나는 언제나 난바다에서, 위협을 받으며, 당당한 행복의 한복판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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