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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by 초이조무 2021.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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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렸던 경험에서 내 머리는 그 곡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 몸에는 그 눈물이 '기록'되었다. 나는 좋아하는 음악 앞에선 기꺼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 책을 읽었던 장소, 그때의 바람, 설렘 등은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나는 기억을 잘 못하는 나보다 눈물이나 웃음이나 심장소리로 순간순간을 몸에 기록하는 나를 더 좋아한다.

그때의 내가 궁금해서 나는 그 책을 읽는다.

사람과 책의 관계에도 때와 환경과 감정의 궁합이 맞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거기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새로운 부분에 새로운 감정으로 줄을 긋는다.

라소묭과 같은 구성을 좋아한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등장인물 모두가 다르게 말 하는 구성. 이 사람의 입장에서는 100퍼센트의 진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30퍼센의 정도의 진실로 변해버리는 구성. 하나의 사건에 대해 각자가 각자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리는 방식을 좋아한다.

소설을 읽으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인간을 배운다. 감정을 배운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인지, ,, 왜 나와는 다른지,  나와는 다른 선택으로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 짚어간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때론 단숨에 핵심에 도달하기도 하고,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최선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이해할 수 없어도, 내가 껴안을 순 없어도, 각자에겐 각자의 삶이 있는 법이다.

일어날 객관적 사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단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 태도일 뿐입니다. 나는 다만 내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나 자신의 주간적 태도를 고상하게 만들 수 있을 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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