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13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군데군데 물감이 잔뜩 묻은 느낌의 지친 목소리였다. 거세지는 빗소리속에 나는 서 있다. 증발해 버린 청춘의 수증기들이, 문득 비가 되어 이곳을 적시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도 나는 그날의 눈 속에 서있고, 지금도 나는 그날의 눈을 맞고 있다. 그런, 기분이다. 떨어지는 빗방울의 수만큼이나 나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한다. 말을 쉬게하려는 것도,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었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주는 배려였다. 그리고 영혼이 곁에 왔다 싶으면 그제서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는 사람들만 가득했을 뿐 그 누구도 자신의 영혼을 기다려주.. 2021. 7. 25. 이전 1 2 다음